우리 가족은 영원히 감사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역사회의 적절한 조치와 지원으로 새 생명

 

(정치와경제) 낮 최고 기온이 37도를 웃돌던 지난달 10일, 홍천군 내면은 온 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온열질환 증세를 보인 것이다. 고용주는 그늘로 대피시키고 119 신고 전화에서 일러준 대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하필 이날엔 벌 쏘임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와 가평 창의터널 사고로 일대의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었다.

119의 출동이 어렵게 되자 토요일 휴무였던 의료진을 불러내 지역의원에서 치료를 진행하여 진정되는가 싶던 증세는 또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마을 의용소방대에서 활동하던 전석범씨는 빠른 후송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119에 헬기를 요청했다. 후문으로는 원주의 헬기도 출동 여력이 없어 양양에 있던 헬기가 근로자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후송했다고 한다.

차량으로 이동한 고용주와 관계자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근로자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후송된 근로자는 홍천군의 우호도시인 필리핀 산후안시에서 계절근로자 사업으로 입국한 35세 청년으로 부모님을 여읜 7남매의 막내였다.

열대기후의 나라에서 온 청년이 한국에서, 그것도 해발 700m 지방인 내면에서 온열질환을 겪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소위 “웃픈”상황이었다. 다행히, MRI의 결과로는 뇌손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기 후송조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뇌손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찾지 못하던 청년은 나흘만인 8월 13일에 의식을 회복했다. 애태우던 현지 가족과 양 도시 사업 관계자, 동료 계절근로자들이 모두 내 일 같이 기뻐했다. 이후 회복 속도는 빨라서 사흘 뒤인 16일에는 일반 병실로 이동했고, 20일에는 홍천 아산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홍천아산병원의 적극적인 치료와 지원으로 새 삶을 찾은 청년은 병원이 좋아서 새로운 병원으로 옮기기 싫다고 할 정도였다가 새로 이동한 병원에서는 또 금세 친구를 사귀었다고도 했다.

산후안시 공식 방문을 앞두고 있던 홍천군에서는 사고가 진정되자 전화위복의 기회이기도 하다며, 산후안시 측과 앞으로 발생 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예방과 대책에 대해 의논할 것을 제안했다. 이 회의에 앞서 허필홍 홍천군수와 산후안시의 Ildebrando D. SALUD시장 및 양 도시 지방의원은 청년의 가족을 함께 만나 위로하고 빠른 회복을 위한 뜻을 전했다.

두 병원의 의료진과 사회사업팀, 법무부, 근로복지공단, 출입국외국인사무소, 강원도 등 관계기관의 지지로 나머지 문제들도 차차 해결됐다. 홍천지역 비영리 자생봉사단체인 이웃에서도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여럿의 도움이면 사람 목숨 빼고는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모두에게 안겨준 사건이 됐다.

허필홍 홍천군수는 8월 30일 홍천아산병원을 찾아 퇴원하는 청년을 축하했다. 환우, 간병인, 의료진과 간호진, 관계자 등도 모두가 함께 축하했으며, SNS를 통해서도 양 도시의 주민이 함께 기뻐했다.

청년은 농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는 9월 2일에 동료 계절근로자들과 함께 출국할 예정이다.

한편, 법무부 주관으로 운영되는 계절근로자 사업은, MOU를 체결한 해외 지자체에서 선발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 영농기 3개월간 농업에 종사하여 농촌일손부족의 대책으로 떠오른 사업으로서, 2017년 81명, 2018년 312명, 2019년은 354명의 산후안시 근로자가 관내 농가에 머무르며 영농을 돕고 있다.